[스페인 이야기] 8. 알폰소 10세 – 지식과 법률의 왕
지식과 문화에 매료된 왕의 등장13세기 중반, 카스티야 왕국에는 독특한 성향의 국왕이 등장했어. 그의 이름은 알폰소 10세, 흔히 ‘현명왕(El Sabio)’이라 불렸지. 그는 단순히 영토 확장이나 전쟁에만 관심 있는 중세의 전형적인 왕이 아니었어. 학문, 법률, 역사, 언어, 음악 등 거의 모든 문화 분야에 열정을 보였고, 심지어 직접 책을 쓰기도 했어. 전쟁보다는 책상을 더 자주 마주한 군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알폰소 10세는 1252년에 즉위했는데, 그의 통치 기간은 스페인의 중세 문화가 꽃피운 시기와 겹쳐. 특히 그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지식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공동 작업을 지시했는데, 이런 협업은 오늘날의 다문화·다종교 공존의 이상을 생각나게 해. 당시로선 매우 파격적인 자세였지.톨..
2025. 6. 30.
[스페인 이야기] 5. 코르도바 칼리프국 – 이슬람 문화의 황금기
이베리아 반도에 꽃핀 이슬람 문명8세기 초, 무어인들이 이베리아 반도에 들어오면서 전쟁과 정복의 시대가 시작됐지만, 이슬람의 코르도바 칼리프국이 들어선 이후엔 이 지역이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문화의 중심지로 떠올랐어. 이슬람은 단순한 군사 세력이 아니라 학문과 예술, 종교와 행정 시스템까지 이베리아 반도에 정착시킨 고등 문명이었지.코르도바, 서유럽 최대의 도시가 되다10세기 초, 코르도바는 단순한 지방 도시가 아니었어. 인구는 무려 50만 명을 넘었고, 70개의 도서관과 수백 개의 목욕탕, 수천 개의 모스크가 있었지. 당시에 유럽의 다른 도시들은 대부분 중세 암흑기에 갇혀 있었는데, 코르도바는 가로등이 켜지고 하수도 시설이 갖춰진, 말 그대로 현대적인 도시였어. 이슬람의 과학, 의학, 철학, 수학이 모두 ..
2025.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