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로 시작되지.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바로 이거야.
“국민이란 누구를 말하는가?”
그리고, “과연 모두가 국민이었나?”
아테네는 민주주의의 기원지로 칭송받지만,
놀랍게도 아테네 인구의 절반 이상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어.
그들은 분명히 도시 안에 살고 있었지만,
‘시민’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인’이 될 수 없었지.
1. 고대 아테네, 시민은 누구였는가
아테네에서 ‘시민’이 되기 위한 조건은 까다로웠어.
크게 보면 다음과 같아.
- 성인 남성일 것
- 아테네 태생의 자유민일 것
- 노예나 외국인의 자식이 아닐 것
즉, 태어나면서부터 그 자격이 정해지는 배타적 신분제 시민권이었던 거야.
여성은 아무리 똑똑하고 용감해도 시민이 아니었고,
노예는 아무리 충성스럽고 유능해도 정치에 참여할 수 없었어.
외국인, 즉 상인이나 장인으로 아테네에 오래 살아도
아테네 출신이 아니라면 ‘민회’에 들어갈 수 없었지.
2. 숫자로 보는 아테네의 배제
역사가들이 추정하기로, 고대 아테네 인구는 기원전 5세기 기준
전체 약 30만 명 정도였어. 그런데 이 중에
정치 참여 자격이 있는 ‘시민’은 고작 4만~5만 명 정도에 불과했지.
즉, 나머지 80% 이상은 민주주의의 무대 밖에 있었던 거야.
이런 구조를 오늘날 상상해보면 어떤 느낌일까?
선거를 할 수 있는 국민이 100명 중 15명밖에 없다면,
과연 그 사회를 민주주의 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까?
3. 여성 –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절반
아테네 여성은 결혼, 출산, 가사에만 전념하도록 교육받았어.
공적 공간에서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지.
법적으로는 남편의 소유물이었고,
재산도 가질 수 없었으며,
정치에 관여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 했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테네 민주주의를 떠받친 건 여성들이었어.
남성이 전쟁터에 나가면 집을 지키고 가문을 유지한 건 여성이었고,
정치 참여는 못 했지만 시민을 낳고 기른 존재였지.
그럼에도 여성은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어.
그녀들의 존재는 민주주의의 ‘배경’이었을 뿐,
‘주체’는 아니었던 거야.
4. 노예 – 민주주의를 지탱한 희생자들
아테네의 번영은 노예의 노동에 기반하고 있었어.
노예는 농사, 광산, 가사, 아이 돌봄, 심지어 공공 업무까지 담당했지.
한 집에 노예가 수 명씩 있을 정도였으니,
사실상 노예가 없었다면 아테네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노예는 어떤 권리도 없었어.
말할 자유도, 항의할 권리도, 미래도 없었지.
민주주의는 그들에게 **‘없는 제도’**였고,
심지어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기도 했어.
아테네의 ‘시민’이 자유롭게 정치 논쟁을 펼치는 동안,
그들을 지탱해준 건 말 없는 다수, 노예들이었단 사실은
오늘날 민주주의를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단서야.
5. 외국인 – 도시를 떠받치고도, 문 앞에 머문 자들
상인, 기술자, 장인 등 외국 출신의 거주민(메토이코이) 들은
경제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존재였어.
이들은 세금도 내고, 군복무도 했지만,
시민권은 절대 주어지지 않았지.
지금으로 치면,
세금은 내는데 투표권은 없는 이민자들과 비슷한 처지야.
도시를 위해 일하고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던 거지.
이런 제도는 공동체의 순혈성을 지키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었어.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몰라.
“그렇다면 아테네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특권계층의 정치 아니었을까?”
맞는 말이야.
실제로 아테네 민주주의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배제의 정치였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시대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시민의 정치 참여’라는 아이디어의 시작이 거기 있기 때문이야.
중요한 건, 그 시작이 완벽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민주주의를 더 포용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배제’를 여전히 안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이지.
7. 현대 민주주의는 정말 ‘모두의 것’일까?
지금은 남녀노소, 인종, 국적을 막론하고
많은 나라에서 보통선거권을 인정해.
하지만 여전히 ‘시민권’이라는 제도 안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남아 있어.
- 이민자들에게 주어지지 않는 투표권
- 청소년의 정치 참여 제한
- 사회적 약자의 정치적 영향력 부족
- 경제력에 따라 달라지는 발언권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보면,
아테네의 ‘배제된 자들’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야.
그들은 다른 모습으로 지금도 존재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