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프랑스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어.
그게 바로 ‘봉건제(feudalism)’라는 거야.
말은 좀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아주 단순한 구조야.
‘땅을 주고 충성을 받는다’ 이게 전부거든.
당시 프랑스의 국왕은 이름만 왕이었지,
실제로 다스릴 수 있는 지역은 매우 좁았어.
나머지 넓은 땅은 전부 각지의 영주(lords)들이 쥐고 있었고,
이 영주들은 병사도 가지고 있고,
세금도 자기가 걷고,
거의 작은 왕처럼 군림하고 있었어.
왕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귀족들 중 하나’처럼 보일 정도였지.
예를 들면,
노르망디 공작이나 아키텐 공작 같은 사람들은
자기 땅에서 왕과 비슷한 권력을 행사했어.
심지어 어떤 경우엔 이 사람들이
국왕보다 더 부자이고 군사력도 더 셌지.
그래서 중세 프랑스는 사실상
수많은 미니 왕국들이 모여 있는 구조였다고 보면 돼.
그런데 이 봉건제는 참 묘한 시스템이야.
왜냐면, 왕이 영주에게 땅을 주면,
그 영주는 그보다 낮은 귀족에게 다시 땅을 나눠주고,
그들은 또 다시 기사(knight)에게 땅을 주는 식으로
계속 이어지거든.
이걸 ‘서열식 계약 관계’라고도 해.
땅을 받으면, 그 대가로 충성을 맹세하고,
전쟁이 나면 군사력을 제공해야 했지.
문제는,
이 충성이 꼭 왕에게만 향하는 건 아니었다는 거야.
실제로는 자기가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쪽에 붙는 경우도 많았지.
그래서 왕의 말이 잘 안 통하고,
전국을 하나로 묶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어.
그리고 이 구조는
농민들에게도 큰 영향을 줬어.
농민들은 땅을 경작하고, 세금을 내고,
영주에게 복종해야 했지.
사실상 거의 노예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고 보면 돼.
중세 프랑스의 이 봉건 시스템은
왕권이 강해질 수 없는 구조였고,
그래서 카페 왕조도 초반에는 귀족들을 건드리지 못했어.
오히려 잘 보여야 했지.
하지만 이 구조는
훗날 절대왕정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주는 밑바탕이 되기도 해.
왜냐면,
언젠가 왕이 정말 강해져서
이 영주들을 하나씩 굴복시키기 시작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