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다시 힌두 문화로 중심이 바뀌고,
자바섬에 등장한 또 다른 강력한 왕조,
싱하사리 왕조와 마자파힛 제국으로
넘어가 볼 거야.
이번엔 인도네시아 역사에서 진짜 전성기,
섬과 섬을 통합하고, 해상 무역과 문화가
절정을 이룬 시기, 바로 마자파힛 제국
(Majapahit)의 이야기를 해볼게.
이 제국은 그냥 자바섬 왕국이 아니었어.
인도네시아 제도 전체를 하나의 질서 안에
넣으려 했던, 진짜 동남아의 해상제국이었지.
이야기는 13세기 후반으로 가.
그 이전까지 자바섬에는
불교와 힌두가 섞인 싱하사리 왕국이 있었는데,
그 왕국이 정치적 혼란과 외침으로 무너지고,
그 뒤를 이은 새로운 강자,
바로 마자파힛 왕국이 나타나.
이 나라는 1293년,
자바섬 동부에서 라덴 위자야(Raden Wijaya)라는
인물이 세웠어. 그 이름부터 독특하지?
‘위자야’는 승리라는 뜻이야.
흥미로운 건, 이 나라가 처음부터 강했던 건 아니야.
오히려 몽골 제국이 자바섬을 침공했을 때,
그걸 잘 피해내고 되려 몽골군을 쫓아내면서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된 거야.
즉, 외세 몰아낸 영웅이 나라 세웠다는
전형적인 건국 스토리가 여기에도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다음 황제들, 특히
가자 마다(Gajah Mada)라는 명재상이 등장하면서
이 나라는 완전히 달라져.
그는 '누산따라(Nusantara, 인도네시아군도 )'라는 개념을
꺼내면서 모든 인도네시아 군도를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꿈을 품었지.
“나 가자 마다는 밥에 향신료를 넣지 않겠다.
내가 누산따라를 하나로 만들기 전까진.”
이 말이 너무 유명해서
지금도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야.
그는 실제로 수마트라, 보르네오, 술라웨시, 발리,
말루쿠 제도 심지어 말레이 반도와 필리핀 일부 지역까지
외교와 군사력으로 영향력을 넓혀갔어.
직접 통치한 건 아니었지만,
조공 체제를 통해 그 넓은 바다를 하나로 묶었지.
이건 지금 우리가 ‘인도네시아’라고 부르는
영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어.
문화적으로도 마자파힛은 정말 화려했어.
힌두교와 불교가 함께 공존했고
섬마다 다른 문화와 언어를 관용적으로 포용했어.
자바어 문학, 사원 건축, 무용, 음악이 절정에 이르렀고
정치 제도와 군사 조직도 아주 체계적으로 발전했지.
특히 지금의 발리 문화는 마자파힛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거야.
마자파힛 멸망 후 많은 예술가와 승려들이 발리로 옮겨갔거든.
하지만, 이 영광도 오래가진 않았어.
15세기 들어서면서 내부 왕위 다툼, 지방 세력의 반란,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슬람 세력의 부상이 마자파힛을
점점 약화시켰어.
결국 1520년대, 마자파힛은 자취를 감추고,
그 빈자리를 이슬람 술탄국들이 차지하게 돼.
마자파힛 제국은 인도네시아 제도 전체를 하나로
묶은 첫 황금기였고, 그 유산은 지금까지도
언어, 문학, 문화, 국가 개념 속에 살아 있어.
지금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우리는 누산따라의 후손”이라는 말을 쓰며
마자파힛을 자긍심의 뿌리로 여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