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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이야기] 39. 경제 위기(2008~) – 유로존과 실업의 그늘

by 지금이순간마법처럼 202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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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스페인이 21세기에 맞닥뜨린 가장 심각한 시련 중 하나, 바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그 이후 스페인을 휘감은 경제 위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게. 이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유로존 체제 속에서의 구조적 한계, 청년 실업, 주택 시장 붕괴, 정치 불신까지 겹치며 스페인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어.

 

성장의 환상 – 거품으로 부풀었던 2000년대

 

 

 

 

2000년대 초반, 스페인은 유럽연합(EU)과 유로존에 안정적으로 정착했고, 건설·부동산 중심의 경제 호황을 누렸어. 저금리 환경 속에서 대출이 쉬웠고, 전국 곳곳에서 신도시와 고속도로, 리조트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됐지.

은행들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막대한 돈을 빌려줬고, 수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투자 대상으로 삼으면서 주택 가격이 급등했어. 마치 멈추지 않는 성장의 열차를 탄 듯했지. 이른바 "스페인식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GDP도 꾸준히 오르고 실업률도 낮아졌어.

하지만 이 모든 건 결국 부동산 거품 위에 세워진 환상이었고,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유럽으로 번지면서 이 불안정한 구조가 무너져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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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 위기의 시작, 거품의 붕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스페인 경제를 한순간에 침몰시켰어. 부동산 시장은 붕괴했고, 수많은 건설회사와 중소기업들이 파산했지. 주택 가격은 30~50% 가까이 폭락했고, 은행들도 대출 회수에 실패하면서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었어.

수십만 명이 직장을 잃었고, 특히 건설업과 관련된 일자리를 중심으로 실업률이 급증했어. 2010년대 초에는 스페인 전체 실업률이 25%를 넘겼고, 청년 실업률은 50%에 가까웠어.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못 구해서 유럽 다른 나라나 라틴아메리카로 떠나는 ‘뇌 유출’ 현상도 가속화됐지.

유로존의 한계 – 독자적 통화정책의 부재

스페인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야. 그래서 자체적으로 금리를 조정하거나 환율을 낮춰 수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없었어. 유로존 전체가 하나의 통화정책을 쓰다 보니, 경제 사정이 나쁜 나라들도 독자적인 대응이 불가능했던 거지.

그 결과 스페인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경제 위기 대응 속도도 더뎠어. 게다가 독일, 프랑스 같은 ‘강한 유럽’ 국가들과 재정·산업 구조가 다른 스페인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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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과 긴축 정책 – 국민의 분노

2012년, 스페인은 EU와 IMF로부터 은행 부문 구제금융을 받게 돼. 약 1,0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이었지만, 대가도 있었지. 바로 긴축 정책이야.

공공 지출을 줄이고, 복지와 교육 예산을 삭감하며, 정부 재정을 억제하는 방식이었어. 하지만 이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고, 국민들은 “우리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우리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분노를 터뜨렸지.

이런 상황은 사회적 불안을 키웠고, 결국 2011년부터 ‘분노한 사람들’(Indignados)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이 운동은 정치적 무관심과 부패, 양극화에 대한 항의였고, 스페인 정당 구조를 뒤흔드는 새로운 정치 운동의 씨앗이 되었어.

 

정치의 재편 – 포데모스와 시민당의 등장

경제 위기와 실업 문제, 긴축에 대한 반감은 결국 정치적 지형 변화로 이어졌어. 오랜 기간 스페인의 양당 체제를 지켜왔던 **사회노동당(PSOE)**과 **국민당(PP)**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포데모스(Podemos)**와 시우다다노스(Ciudadanos) 같은 신생 정당이 급부상했지.

특히 포데모스는 ‘분노한 사람들’ 운동에서 출발한 좌파 정당으로, 반긴축·반자본주의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고, 이는 청년층과 도시 중산층의 큰 지지를 받았어. 이후 스페인 정치는 4당 체제로 재편되며, 협상과 연정이 불가피한 시대로 들어서게 돼.

서서히 회복된 경제, 하지만 남은 상처들

2015년 이후, 스페인 경제는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어. 관광 산업의 부흥, EU 경기 회복, 수출 증가 덕분에 GDP는 다시 상승세를 탔고, 실업률도 점차 낮아졌지. 2020년대에 들어서는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2008년 당시보다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하지만 여전히 청년층의 불안정한 고용, 주거 문제, 지역 간 경제 격차, 공공부채 부담 등 구조적인 문제는 남아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그 위기 당시 청년 세대가 겪은 상실감과 이민, 그리고 사회 전반에 퍼진 정치적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어.

 

결론 – 유럽 속의 경제 실험, 그 빛과 그림자

2008년 경제 위기는 스페인에게 단순한 경기 하락이 아니었어. 그것은 유로존의 제약 속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데 따른 복잡한 교훈, 그리고 자유시장과 공동체 정신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지.

스페인은 그 위기를 지나며 성장했고, 많은 제도적 개선을 이뤘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많아. 하지만 그만큼 이제는 더 성숙한 민주주의와 강한 시민 사회, 다양한 정치 세력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야.

결국 이 위기는 스페인에게 고통을 줬지만, 동시에 더 단단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이기도 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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