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스페인 제국이 사실상 종말을 맞이하게 된 결정적 사건, 1898년의 미서전쟁 이야기를 해볼게. 이 전쟁은 단지 미국과 스페인의 군사 충돌이 아니라, 오랜 시간 세계를 지배해온 스페인 제국이 역사 속으로 퇴장하는 장면이었어. 쿠바와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괌 같은 마지막 해외 영토를 한꺼번에 잃은 이 사건은 **‘스페인 제국의 죽음’**이라 불릴 정도로 충격적인 전환점이었지.
스페인의 마지막 식민지들 – 벼랑 끝에 선 제국
19세기 후반의 스페인은 한때의 화려했던 제국의 명성을 잃고, 남은 식민지들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상황이었어. 이미 1820년대부터 시작된 라틴아메리카 독립운동으로 대부분의 중남미 식민지를 잃었고, 19세기 말에는 그나마 쿠바,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괌이 전부였지.
하지만 이 식민지들조차 내부적으로는 독립을 원하는 민족주의 운동이 계속되고 있었고, 스페인은 이를 군사적으로 억누르며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었어. 특히 쿠바에서는 수십 년에 걸친 독립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필리핀에서도 스페인 지배에 대한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었지.
쿠바 독립운동과 미국의 개입
1895년, 쿠바에서 또 한 번 대규모의 무장 독립운동이 시작됐어. 쿠바 반군은 스페인군에 맞서 싸웠고, 이에 대응한 스페인 당국은 **‘재집중 정책’(Reconcentration policy)**이라는 강경책을 펼쳤지. 이는 농민들을 강제로 수용소에 몰아넣는 방식이었고, 결과적으로 수십만 명이 굶어죽거나 병으로 사망하는 참극을 낳았어.
이 모습이 미국 언론에 의해 강하게 보도되면서, 미국 내 여론이 스페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돌변하게 돼. 특히 당시의 신문들은 선정적인 보도로 유명했는데, “잔혹한 스페인군이 쿠바인을 학살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들이 끊임없이 쏟아졌어. 이른바 **노란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이 불을 붙인 거지.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어. **1898년 2월, 미국 군함 메인 호(USS Maine)**가 아바나 항구에서 원인 불명의 폭발로 침몰하면서 260명이 사망하게 돼. 미국 언론은 이를 곧바로 “스페인의 공격”이라 단정했고, 분노한 미국 국민들은 “Remember the Maine!”을 외치며 전쟁을 요구하게 됐어.
미국의 선전포고와 전쟁의 전개
결국 미국은 스페인에 쿠바 자치를 보장하고 철수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한 스페인을 상대로 1898년 4월 전쟁을 선포하게 돼. 전쟁은 단기간에, 그리고 미국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나게 돼.
먼저 필리핀 마닐라만에서 미국 함대가 스페인 함대를 전멸시켜버렸어. 이 전투는 시작부터 스페인이 해군 전력에서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지. 미국은 곧이어 필리핀 민족주의자들과도 손을 잡고 마닐라를 점령하게 돼.
한편 쿠바 전선에서도 미국은 쿠바 독립군과 협력해 산티아고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스페인군의 항복을 이끌어냈어. 푸에르토리코와 괌도 미국에게 손쉽게 점령되었고, 전쟁은 불과 몇 달 만에 스페인의 완패로 끝나게 된 거야.
파리조약과 식민 제국의 종언
1898년 12월, 미국과 스페인은 **파리조약(Treaty of Paris)**을 체결하게 돼. 조약의 주요 내용은 이랬어:
- 쿠바의 독립을 인정하지만, 미국이 사실상 보호국으로 관리
-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괌을 미국에 공식적으로 양도
- 미국은 스페인에 보상금 2천만 달러를 지불
이 조약은 스페인 제국의 실질적 종말을 의미했어. 16세기부터 300년 넘게 세계 곳곳을 지배했던 스페인은 이제 더 이상 식민지를 가진 강대국이 아니었고, 유럽 내에서도 중견국 수준으로 전락하게 되었지.
국내의 충격과 98세대의 탄생
1898년의 패배는 스페인 사회 전체에 엄청난 충격과 자괴감을 안겨줬어. 언론과 대중은 “우리는 왜 이렇게 무력한가?”를 묻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98세대(Generación del 98)’**라는 지식인 그룹이 등장했지.
이들은 제국의 몰락을 단순한 패전으로 보지 않았어. 그들은 스페인의 정치, 교육, 문화, 도덕적 기반이 붕괴된 결과라고 보며, 사회 전체의 근본적인 개혁과 자성을 요구했지. 이들은 이후 스페인의 문화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문학·철학·정치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돼.
1898년 이후 스페인의 방향 – 제국에서 국민국가로
이 전쟁을 기점으로 스페인은 더 이상 팽창을 꿈꾸는 제국이 아니라, 내실을 다져야 하는 국가로 전환하게 돼. 해외 영토가 사라지자, 스페인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이제 국내의 산업화, 교육 개혁, 농업 문제, 빈곤 해결에 집중해야 함을 깨닫게 된 거야.
비록 단기간에 큰 개혁이 이루어진 건 아니지만, 1898년은 스페인에게 정체성 전환을 요구한 상징적인 해였어.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기보다,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했던 역사적 분기점이었지.
이렇게 1898년의 미서전쟁은 단순한 한 해의 사건이 아니라, 스페인 역사 전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였어. 필리핀과 쿠바를 잃은 건 땅의 손실을 넘어서, 정신적·정치적 붕괴를 의미했고, 동시에 근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걸음이기도 했지. 이 전쟁이 끝난 뒤, 스페인은 더 이상 제국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나라’**가 되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