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스페인 사회를 뒤흔든 강력한 이념의 물결, 바로 아나키즘과 노동운동의 성장,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 갈등의 확대에 대해 이야기해볼게. 이 시기는 산업화의 그늘 아래에서 생긴 노동자의 절망, 그리고 그 절망이 혁명의 언어로 바뀌는 격동의 시대였어.
산업화의 시작, 그리고 빈곤의 그림자
스페인은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천천히 산업화의 물결에 휩싸이게 돼. 특히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방에서는 섬유와 철강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지. 하지만 이 산업화는 사회 전체에 풍요를 안긴 게 아니었어.
공장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 낮은 임금, 열악한 작업 환경에 시달렸고, 농촌에서도 지주들의 토지 독점과 농업 구조의 불균형 때문에 대다수 농민들이 가난에 빠져 있었어. 도시의 하층민은 점점 늘어났고, 그들은 국가나 교회, 왕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자각을 하게 돼.
이런 절망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새로운 질서, 다른 사회를 꿈꾸게 됐고, 그 대안으로 아나키즘과 사회주의가 등장하게 된 거야.
아나키즘의 도입 – 피오트르 크로포트킨과 바쿠닌의 사상
스페인에서 아나키즘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러시아에서 건너온 사상이었어. 마이클 바쿠닌과 피오트르 크로포트킨 같은 사상가들의 영향을 받은 아나키스트들은 국가, 군대, 교회, 자본주의 모두가 억압의 도구라고 생각했어.
그들은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권위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지. 이런 사상은 스페인 민중의 전통적인 반권위주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졌어. 특히 농민 사회에서 교회와 지주에 대한 불신이 깊었던 안달루시아, 그리고 공장 노동자들이 많은 바르셀로나와 카탈루냐에서 빠르게 퍼지게 돼.
아나키즘은 단지 정치 이념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자 저항의 철학으로 받아들여졌어.
노동조합과 파업 – 조직된 저항의 시작
이런 흐름 속에서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조직하기 시작했어. 1868년, 제1인터내셔널(IWA)의 스페인 지부가 생겼고, 이후 아나키스트 노동자들의 조직인 **‘노동자 전국 연맹(Federación Regional Española)’**이 설립됐지. 이것은 스페인 최초의 전국적인 노동운동 조직이었어.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아동 노동 폐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거리로 나섰어. 바르셀로나는 이 시기 ‘유럽의 시위 수도’라고 불릴 정도였고, 이곳에서는 노동조합, 공장주, 경찰, 교회, 군대가 끊임없이 충돌했지.
특히 **1909년의 '비극의 주간(La Semana Trágica)'**은 상징적인 사건이야. 정부가 모로코 전쟁에 젊은 노동자들을 징집하자, 바르셀로나에서는 대규모 반전 시위와 노동자 폭동이 벌어졌고, 교회와 군사시설이 공격당했지. 정부는 군대를 투입해 유혈 진압했고, 수많은 민간인이 사망했어. 이 사건은 아나키즘이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폭력과 억압 속에서 현실로 번지는 투쟁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걸 보여줬지.
정부의 탄압과 사회의 양극화
정부는 이런 운동을 폭력과 탄압으로 대응했어. 아나키스트 지도자들은 체포되거나 처형됐고, 노동조합은 불법화되기도 했어. 정보기관과 비밀경찰이 활동했고, 무장 민병대가 노동자 조직을 공격하기도 했지.
반면 자본가와 보수 세력은 노동운동을 '무정부주의적 폭도'로 낙인찍으며, **'권위의 회복'과 '질서의 복원'**을 외쳤어. 이는 곧 스페인 사회를 양극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국민 사이의 간극은 점점 깊어졌어.
한편으로는 사회주의자와 공화주의자, 다른 한편으로는 왕당파와 보수 기득권 세력이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정치 공간이 점점 협상의 여지가 사라지는 대결 구도로 변해가고 있었지.
다음 시대를 향한 예고 – 내전의 불씨
아나키즘과 노동운동은 단기간에 정권을 뒤엎지는 못했지만, 스페인 사회에 깊은 상처와 흔적을 남겼어.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치의식에 눈을 떴고, 자본과 권력의 부당함에 저항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됐지.
이 운동은 1930년대 스페인 제2공화국 시대에 다시 부활하게 되고, 이후 **스페인 내전(1936~1939)**에서 공화파와 아나키스트 민병대들이 중심 세력으로 활약하게 돼. 즉, 이 시기의 갈등은 단절된 게 아니라, 불씨로 남아 있다가 결국 전면전으로 번지는 과정이었던 거야.
아나키즘과 노동운동의 성장은 스페인 사회가 더 이상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경고였어. 그건 단순한 사상의 유입이 아니라, 억압된 삶의 분노, 기회 없는 젊은이들의 절망, 그리고 그들이 꿈꾸던 새로운 사회의 모양이었지.
이 시기는 피로 얼룩졌지만, 그 속에서 스페인의 민중이 정치의 주체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 흐름은 결국 스페인 현대사의 핵심 동력이 되었어. “우리는 더 이상 조용히 있지 않겠다”는 외침이 처음 울려 퍼진 시기였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