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를 수도로 – 스페인의 중심을 옮기다
그는 아버지 카를 5세의 유산을 이어받아 가장 넓은 영토와 가장 복잡한 문제를 함께 떠안은 왕이었어. 그의 통치는 한편으로는 화려한 스페인의 상징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쇠퇴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는 시작이기도 했지.
펠리페 2세가 왕위에 오른 건 1556년이었어. 그는 아버지 카를 5세가 유럽을 다스리는 데 지쳐 은퇴하면서 스페인과 아메리카 식민지, 네덜란드, 나폴리, 시칠리아 등을 물려받았지. 신성로마제국은 삼촌 페르디난트에게 넘어갔기 때문에, 펠리페는 보다 스페인 중심의 제국 경영을 할 수 있었어.
그는 정치적·행정적 효율을 중시했기 때문에, 수도를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로 옮겼어. 마드리드는 지리적으로 스페인 중부에 있었고, 기존의 귀족·성직자 권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장소였지. 1561년, 마드리드는 공식 수도로 지정됐고, 이후 펠리페는 왕궁과 엘 에스코리알 궁전을 중심으로 스페인의 정치 중심지를 재정비하게 돼.
이건 단순한 도시 이전이 아니라, 중앙집권화의 상징이었어. 펠리페는 귀족들의 전통적 힘을 억제하고, 관료 체계와 기록 행정을 강화하면서 스페인을 효율적이고 조직적인 국가로 만들려고 했지.
절대 가톨릭 왕국의 건설
펠리페 2세는 심각할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어. 그는 국가 통치를 ‘신의 뜻을 실현하는 일’로 여겼고, 그 중심에는 가톨릭이 있었지. 그래서 이단에 대한 탄압도 훨씬 더 강경했어. 스페인 종교재판소는 그의 통치 아래에서 더욱 강력해졌고, 유대인, 무슬림 개종자, 신교도들은 끊임없이 탄압을 받았어.
이런 종교정책은 외교에서도 이어졌지. 펠리페는 프로테스탄트 국가와 전쟁도 서슴지 않았고, 교황청과 손잡고 유럽 내 가톨릭 연대를 강화하려 했어. 특히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신교도 반란은 그의 최대 골칫거리였지. 그는 이를 진압하려고 병력을 투입했지만, 네덜란드는 격렬하게 저항했고, 결국 오랜 독립전쟁으로 이어졌어.
무적함대의 출정과 몰락
펠리페 2세의 통치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가 바로 1588년 무적함대(Armada Invencible)의 출정이야. 그는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신교를 지지하고, 네덜란드 반란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영국 정벌을 결심했어.
무려 130척이 넘는 대함대를 조직해서 영국을 침공하려 했지만, 이 계획은 기상 악화와 영국 해군의 전략에 막혀 대실패로 끝났어. 많은 배가 침몰하거나 돌아오지 못했고, 스페인은 막대한 경제적·군사적 손실을 입었지. 이 패배는 유럽 전역에 충격을 줬고, ‘무적함대의 몰락’은 스페인 제국의 전환점을 알리는 사건으로 기록돼.
이후로 스페인은 이전만큼의 군사적 압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해상 주도권은 점점 영국과 네덜란드로 넘어가게 돼.
수많은 전쟁과 재정 파탄
펠리페는 가톨릭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끊임없는 전쟁에 스페인 국고를 쏟아부었어.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와의 전쟁은 물론이고, 지중해에서는 오스만 제국과도 충돌했지. 1571년 레판토 해전에서의 승리는 가톨릭 세계의 승리로 여겨졌지만, 전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어.
결국 스페인은 그의 재위 중 **총 세 번의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게 돼. 막대한 아메리카 은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전쟁 자금과 귀족 특권층에 집중됐고, 농민과 시민 계층은 점점 더 무거운 세금에 시달리게 됐지.
펠리페 2세의 유산 – 신앙과 국가의 충돌
펠리페 2세는 스페인을 가장 강력한 가톨릭 국가로 만들었고, 유럽 정치에서 중심적인 위치에 올려놨어. 그는 마드리드를 정치 수도로 만들고, 스페인 관료제를 정비했고, 왕권을 확고히 했어. 하지만 동시에 그는 유연하지 못한 종교 정책과 무리한 전쟁으로 인해, 제국의 내구력을 크게 약화시켰지.
그의 말년은 쓸쓸했어. 영국 원정 실패, 네덜란드의 완강한 저항, 재정 파탄, 그리고 왕가 내부의 문제까지 겹치면서, 그는 신앙에 의존한 외로운 노인으로 생을 마감했어. 1598년, 펠리페 2세는 엘 에스코리알 궁에서 세상을 떠났고, 아들 펠리페 3세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돼.
펠리페 2세는 스페인 제국이 가장 넓고, 가장 강력하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길을 걷던 순간을 대표하는 왕이야. 그가 세운 마드리드는 오늘날까지 스페인의 심장이고, 그가 준비한 함대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패한 전쟁’이 되었지. 그의 통치는 영광과 교훈이 함께 남아 있는, 스페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환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