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국의 후계자, 카를 5세
그는 단지 스페인의 왕일 뿐 아니라, 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유럽 전체를 흔든 초국적 군주였지.
그의 통치 아래 스페인은 황금기를 맞이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도전과 갈등도 겪게 돼.
카를 5세는 1500년에 태어났고, 아버지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필립, 어머니는 스페인 이사벨과 페르난도의 딸 후아나였어. 그래서 그는 스페인, 오스트리아, 부르고뉴, 네덜란드, 나중에는 신성로마제국까지 이어받는 어마어마한 상속을 받은 인물이었지.
1516년, 어머니 후아나가 정신적으로 불안하다는 이유로 그가 스페인의 국왕으로 즉위했고, 이때부터 **카를로스 1세(Carlos I)**라고 불렸어. 이어서 1519년, 할아버지 막시밀리안 1세가 죽으면서 신성로마제국 황제 선거에 출마했고, 결국 황제 자리까지 차지하면서 **카를 5세(Karl V)**가 되었지.
그가 통치한 영토는 유럽과 아메리카, 지중해와 대서양을 아우르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어. 당시 기준으로는 거의 상상할 수 없는 규모였지.
스페인의 중심화와 행정 개혁
스페인에서 카를은 처음엔 ‘외국 왕’이라는 의심을 받았어. 플랑드르 출신이었고, 스페인어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초반에는 지방 귀족들의 반발이 컸지. 특히 카스티야와 아라곤 귀족들의 자치권을 인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였어.
이런 반발은 1520년 **코뮌에로스 반란(Comunidad revolt)**으로 이어졌고, 카를은 이를 진압하며 왕권을 강화하게 돼. 이후에는 스페인의 통치 구조를 개편하고, 왕실 관료제를 강화하면서 중앙집권적 통치 체계를 완성했어. 세금 체계도 정비했고,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들어오는 은과 금을 국가 재정의 중심으로 삼았지.
신대륙 확장과 아메리카 정복
카를의 시대는 스페인의 아메리카 정복이 본격화된 시기야. 에르난 코르테스가 멕시코의 아즈텍 제국을,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페루의 잉카 제국을 정복하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은과 금이 스페인으로 들어왔어.
세비야와 카디스 같은 항구 도시는 번영했고, 신대륙과의 무역은 스페인 경제를 단숨에 끌어올렸지. 하지만 이 부는 대부분 왕실과 귀족, 성직자들에게 집중되었고, 일반 민중이나 농민들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어.
또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강제 노동과 전염병, 식민 통치로 인해 대거 희생당했고, 이때부터 아프리카 노예무역도 본격화되기 시작했지.
유럽 내 전쟁과 갈등의 연속
카를 5세의 시대는 유럽이 격동의 소용돌이에 빠졌던 시기야. 그는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와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고,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세력 다툼, 교황과의 갈등 등으로 끊임없이 군대를 움직였지.
또한 15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시작되면서, 유럽은 신구교 갈등에 휩싸이게 돼. 카를은 신실한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루터파를 탄압하고 종교적 통일을 이루려 했지만, 독일의 제후들은 저마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루터파를 지지했어.
결국 그는 1547년 묄베르크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신교의 확산은 막을 수 없었고,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화의를 통해 "지역 통치자의 종교가 주민의 종교다"라는 원칙을 인정하게 되었지.
제국의 피로와 은퇴
카를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제국을 다스렸지만, 동시에 그만큼 많은 전쟁과 갈등에 시달렸고, 심리적으로도 큰 부담을 느꼈어. 특히 말년에 접어들면서 건강이 악화됐고, 현실 정치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지.
결국 그는 1556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와 스페인 국왕 자리를 아들에게 넘겨주고, 스페인 북부 유폐 수도원에 은퇴했어. 거기서 수도사처럼 조용히 살다가 1558년에 세상을 떠났지.
그의 제국은 스페인은 아들 펠리페 2세에게, 신성로마제국은 동생 페르디난트에게 각각 나누어졌어. 이렇게 해서 카를 5세의 제국은 역사상 가장 넓지만, 동시에 가장 짧은 시간 유지된 단일 통치 체제였던 셈이야.
카를 5세는 한 사람의 힘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려 했던 군주였어. 그는 스페인을 유럽 최대의 강국으로 만들었고, 세계 제국의 문을 활짝 열었지만, 너무 많은 땅을 혼자서 다스리려 한 욕심은 결국 한계에 부딪히게 됐지. 그래도 그의 시대는 스페인 제국의 절정기였고, 이후에도 그가 남긴 영향력은 오랫동안 유럽의 중심에서 흔들림 없이 이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