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야기의 첫걸음,
이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역사’보다 더 옛날, 신화와 전설,
고고학이 섞여 있는 아주 오래된
시절의 이야기야.
하지만 이 시작이 있어야 베트남이 왜
‘하늘의 아들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는지,
그리고 왜 중국과는 다른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지.
그럼 조용히 처음을 시작해볼게!
전설과 현실 사이에서 피어난 민족의 뿌리
아주 오래 전, 그 시절에는 베트남이라는
이름도, 나라라는 개념도 없었지.
그저 사람들은 홍강(홍하) 평야,
지금의 하노이 근처에서
강을 따라 농사를 짓고, 어른들의
말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었대.
그런데 이 조용한 땅에,
하늘에서 온 용과 바다에서 온
선녀가 사랑을 나눴다는 전설이 남아 있어.
하늘의 자손 – 락롱꿘과 어우꺼
전설에 따르면,
'락롱꿘(Lạc Long Quân)'이라는
용왕이 있었고,
그는 '어우꺼(Âu Cơ)'라는 아름다운
선녀와 사랑에 빠졌어.
그들은 함께 100명의 자식을 낳았는데,
한 명은 육지로,
한 명은 바다로 데려가서
각각 산과 물의 후손들을
다스리게 했다고 해.
이 100명의 자식이 바로
베트남 민족의 시조,
즉 '백월(Bách Việt)'의 조상이라는 이야기야.
그래서 지금도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온 백성이다”
라고 자부하지.
반랑국 – 베트남 최초의 왕국
전설에서 조금 더 현실로 넘어가면,
기원전 2879년쯤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나라가 있어.
바로 반랑국(Văn Lang)이야.
이 나라의 왕은 훙브엉(Hùng Vương)
이라는 사람이고,
지금까지도 베트남 사람들은
그를 ‘최초의 국부’로 기억해.
나라의 중심은 지금의 북부 베트남,
홍강 유역이었고, 사람들은 벼농사, 도기,
청동 무기 같은 것들을 만들며 살았지.
이 시기부터 벼농사 중심 문화,
그리고 마을 중심의 공동체 정신이
베트남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한 거야.
어우락국 – 통합의 꿈을 꾸다
기원전 3세기쯤,
안즈엉브엉(An Dương Vương)
이라는 인물이 나타나.
그는 여러 부족을 통합해서
‘어우락국(Âu Lạc)’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세워.
그가 세운 '꼬로아(Cổ Loa) 성'은
지금도 하노이 근처에
유적으로 남아 있는데,
당시로선 상상도 못 할
나선형 구조의 거대한 토성이었어.
이건 단순한 마을 연합이 아니라,
본격적인 왕국 체제를 시도한
첫 사례로 평가돼.
전설 속 이야기 – 마법 활과 배신의 눈물
어우락국 시절엔 아주 유명한 전설이 있어.
안즈엉브엉은 거대한 전쟁을 앞두고
신령한 금빛 거북에게 활을 받아,
적을 물리칠 수 있었대.
하지만 딸이 사랑한 남자가
실은 적국의 왕자였고,
그를 믿고 활의 비밀을 넘겨준 탓에
나라가 멸망하게 되지.
이 전설은 지금도 사랑과 배신,
나라를 지키는 책임에 대한 교훈으로 남아 있어.
중국의 그림자가 다가오다
어우락국이 멸망한 뒤,
이 지역은 점점 중국 진나라 →
한나라의 영향권으로 들어가게 돼.
즉, 베트남은 이후 천 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는 시대로 접어들어.
하지만 그 전에 있었던 반랑과
어우락의 전설과 기억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우리는 원래부터 독립적인
민족이었다”는 자부심을 심어줬어.
그 자부심이
뒤이어 등장할 징(쯩) 자매의 항쟁,
그리고 베트남 독립 왕조의
시발점이 된 거야.
반랑국과 어우락국은
역사책엔 짧게 나오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베트남 민족의 정체성과
뿌리를 상징하는 시기야.
이 이야기를 알면,
왜 베트남 사람들이 끊임없이 독립을 외치고
강대국 사이에서도 쉽게 굴복하지 않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