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화려하고, 동시에 폭풍 전야 같은
긴장감이 도는 시대의 교황 이야기를 해줄게.
르네상스의 찬란함과 종교개혁의
먹구름 사이에서 흔들렸던 인물,
교황 레오 10세 이야기!
눈부신 궁전의 문을 열어볼까?
황금과 파이프오르간, 그리고 불꽃
한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해.
“레오 10세는 축제를 위해 태어난 교황이었다.”
그 말처럼, 그의 시대는 온통 금빛이었어.
화려한 예술, 짙은 향신료, 비단과 대리석,
그리고…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천장의 천사들까지.
하지만 그 찬란함 속엔,
뭔가 무거운 구름이 슬쩍 숨어 있었어.
메디치 가문의 아들, 로마로 가다
레오 10세는 본명이 조반니 디 메디치,
바로 그 유명한 이탈리아 피렌체의 금융 귀족,
메디치 가문 출신이야.
돈 많고, 예술에 죽고 못 사는 집안이었지.
그는 어릴 적부터 교황이 되도록 철저히 준비되었고,
1513년, 불과 서른여덟의 나이에 교황 레오 10세로 선출돼.
교황이 되자마자 그는 바로 로마를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만들기 시작했어.
“신은 우리에게 교황직을 주셨으니, 우리도 신나게 즐기자!”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였지.
예술의 전성기, 그러나 돈이 문제야
레오 10세는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브라만테 같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후원했어.
특히 성 베드로 대성당의 재건은 그의 야심작이었지.
그 건물은 예술이었고, 권력이었고, 신을 향한 헌정이었어.
그런데…
그 모든 건 돈이 너무 많이 들었어.
금고는 비어가고, 은은 모자라고,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바로…
면죄부였지.
면죄부, 천국을 돈으로 사는 시대
면죄부란, 쉽게 말해
“이걸 사면 네 죄가 사라진다”는 증서였어.
원래는 진심으로 회개하는 사람에게
교회가 주는 거였는데, 레오 10세는 이걸
돈 주고 파는 시스템으로 바꿔버렸어.
심지어 이런 말도 돌았어.
“동전이 헌금함에 땡그랑 떨어지는 순간,
영혼은 연옥에서 천국으로 날아간다.”
사람들은 천국을 사고 있었고,
그 돈은 성당 벽을 금으로 칠하는 데
쓰이고 있었지.
그리고 나타난 독일 수도사, 마르틴 루터
1517년, 독일의 조용한 마을에서
마르틴 루터라는 수도사가 일어났어.
그는 면죄부에 분노했고,
그 유명한 95개조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성당에 붙였지.
이 일은 마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처럼
온 유럽을 흔들었고,
종교개혁이라는 대지진을 일으켰어.
하지만 레오 10세는 처음엔 그저 웃었어.
“루터? 그건 시골 수도사 하나가 짖는 소리에 불과해.”
그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결국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카톨릭과 개신교의 갈라짐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시작되었지.
황금빛 잔치의 대가
레오 10세는 1521년, 종교개혁의 불길이
퍼져나가던 중 세상을 떠났어.
그는 로마를 예술의 도시로 만들었고,
교황청을 찬란한 왕궁처럼 바꿔 놓았어.
하지만 동시에, 교황직을 사치와 정치의
상징으로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에서
마음을 돌리게 만든 인물이기도 해.
요약하자면,
레오 10세는 르네상스를 꽃피운 교황이었지만,
그 꽃밭 뒤엔 종교개혁이라는 불씨가 자라고 있었어.